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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예측불허

난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나 명확하게 알면서 또 몰랐다.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면서 살아온 세월들이 쌓여 어느새 주위는 끈적끈적한 암흑으로 덮여갔다. 암흑 밖의 세상은 밝고, 뚜렷하며, 보이지 않지만 춥거나 더울 수도 있었고, 향기나 썩은 내가 나며 느릿느릿하며 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밭,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검은 입을 벌린 동굴처럼 유혹과 공포의 냄새를 썩은 쥐의 시체처럼 퍼트렸다.

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어둠은 내 눈을 가려 더 이상 헛된 망상과 덧없는 희망을 품지 않게 되었고 그들은 밤이 될 때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달이 떠오르면 달빛은 바깥 세상의 빛을 아주 조금 비춰줄 뿐이었다. 달이 점점 차오르고 밝은 빛이 넘실대는 날에 갑자기 오래 전에 잊고 지내던 감춰진 약속들을 깊숙한 비단 주머니에서 꺼내어 비춰보곤 했다.

어느 새 시간이 흘러갔고 이립을 지난 후 흐릿하며 모호한 암흑이 옅어져 갔다. 문득 밖으로 조금씩 시선을 던져보았다. 유년의 기억들은 사라졌고 퇴락한 추억들은 낮선 풍경처럼 거리에 걸려있었다.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빛이 비추고 있는 곳을 향해 그저 소리 없는 걸음을 옮겨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서역 정토를 향한 순례자처럼 그렇게 굳고 신실하며 간절하게 알기를 원했는데. 도대체 내가 원하는 건 무얼까?

하지만 나를 마중 나온 달빛은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는 말을 되새김질하며 하늘을 쳐다보니 아직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인생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느끼하게 비웃고 있었다.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내가 어찌 될 지 뻔히 알면서 우라늄을 지고 원자로로 뛰어드는 격이니 인생님이 비웃으셔도 할 말은 없다. 상콤하게 웃으며 전 그래도 이렇게 할꺼라능...얼굴에 철판을 까는 수 밖에.

사실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 쑥쓰럽게 웃으며 내 갈 길 가는 거지. 다만 지난 세월이 어처구니가 없을 뿐. 인생은 도돌이표. 다시 보이지 않는 길이 발 끝에 느껴졌다. 도대체 이 헛소리는 무얼까...ㅋ

by soulasylum | 2009/10/06 13:00 | 영혼을 위한 노보케인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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