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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개원

긴 불면의 밤을 지새고 있다. 어두운 방 안 푸르스름한 담배 연기가 한 줄로 천장을 향해 흐트러진다. 반쯤 마신 생수통 안 맑은 물이 모니터의 불빛을 어지럽게 흩뿌린다.

 

멍한 머리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본다. 처리할 것들이 산더미 같다. 오늘 사업자를 낼 것이다. 간판 업자도 만나야겠지. 다시 다람쥐 챗바퀴 같은 개원의 생활의 시작이 다가온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저질렀던 첫 번째 개원이 생각난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절대 개원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었는데... 어느새 두 번째 개원이다.

 

아직 장년의 나이인데 매일 은퇴를 생각했다. 하지만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겠지. 불안한 미래와 치열한 현실이 우리의 등을 모질게 채찍질한다. 또 몇 년의 시간이 흐르겠고 영민한 소녀들이 다 큰 처녀가 되어가고 내 얼굴에 주름살이 새겨질 때가 되면 또 어느 곳에서 세 번째 개원 준비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성큼 지나 물색이 예쁜 강변을 따라 유유자적하게 걷다가 길에 난 작은 풀들과 들꽃들을 눈에 담으며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느끼며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지금은 빌딩숲 속에서 거친 소음과 뿌연 먼지 같은 공기를 함께 마시며 신산한 삶에 지치고 아픈 환자들과 욕망과 자본이 넘쳐흐르는 도시 속에서 부대껴야 한다.

 

지금 긴 밤이 소리없이 지나가고 아침이 다가오듯 그렇게 조금씩 나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고 어느새 소스라치게 놀라 주위를 둘러보면 훌쩍 늙어버린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칠 날이 올 것이다.

 

그 때까지 두 번째 개원에 행운이 함께하길.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두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길...

ps. 강남역에 양한방협진 병원을 개원했습니다. 혹 오실 분들은 비밀덧글을 남겨주세요...ㅋ

by soulasylum | 2011/01/04 06:22 | 영혼을 위한 노보케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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